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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말 더듬고 동문서답…TV토론 거센 역풍에 ‘백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2024년 대선 민주당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지난해 4월 25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최고의 후보는 나”라는 자신감 속에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재임 기간 이어진 ‘두 개의 전쟁’과 인플레이션 위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81세)으로서 제기된 인지력·건강 우려는 불식되기는커녕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폭발했다. 바이든을 후보 사퇴로 이끈 결정적 장면 5가지를 꼽아봤다.   ▶“주먹 인사만 해주고 …”   지난 2022년 7월 15일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 제다에 있었다. 마중 나온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으로 인사했다. 몇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바이든은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된 사우디계 미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빈살만을 지목하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랬던 그가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직접 찾은 건 기름값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미국 내 유가도 급등했다. 이 여파로 2022년 6월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년 내 최고치인 9.1%까지 치솟았다. 급한 불을 끄려 바이든은 ‘독재자와 손잡는다’는 국내 비판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실질적 리더인 빈살만에 석유 증산을 부탁했다.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두 달 뒤 OPEC과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는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당 10만 배럴로 정하며 7~8월 증산량(64만8000배럴)보다 더 줄였다. “주먹 인사만 하고 뺨 맞은 셈(CNN)” “정치적 모욕(뉴욕타임스)”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인플레이션도 못 잡고, 전쟁도 못 끝낸다”는 바이든에 대한 비판은 이때 시작됐다.   ▶“제노사이드 조”   지난해 10월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차별 학살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9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3만 8000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이 숨지고, 기아 등 인도주의적 위기도 심각하지만 하마스 궤멸을 공언한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크지만 바이든의 태도는 어정쩡했다.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휴전 협상에 나서라는 요구를 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무기는 계속 공급하고 있다. 11월 대선 때문이었다. 전통 지지층인 무슬림, 반전 성향 유권자도 중요하지만 선거자금의 ‘큰 손’인 유대계 유권자 눈치도 봐야 했다.   바이든의 ‘위험한 줄타기’는 역풍을 맞았다. 4월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대학가 친 팔레스타인 시위에선 “바이든은 ‘제노사이드 조’(대량학살자 조)” “바이든과 트럼프의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바이든이 나약해 중동 상황이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집토끼’ 지지층도 잃고 표심 확장에도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젤렌스키에 “푸틴 대통령”   지난해 6월 콜로라도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장. 졸업장 수여 후 이동하던 바이든이 갑자기 넘어졌다. 경호원 등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자리에 앉은 바이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바이든의 ‘꽈당’ 넘어짐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3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2022년 6월에도 자전거를 타다 페달 클립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말실수도 잦았다. 지난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으로 불렀다. 5월엔 “한국 대통령 김정은을 위한 그(트럼프)의 러브레터들”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한국 대통령으로 칭했다. 급기야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으로 부르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폭망’ TV토론     지난달 27일 열린 바이든과 트럼프의 TV토론은, 바이든으로선 ‘대참사’였다. 토론 전만해도 양측 기세는 팽팽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이틀 전 분석한 전국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은 46% 동률이었다.   바이든은 토론 시작 직후 이상한 낌새를 보였다. 잘 들리지 않을 만큼 말에 힘이 없었고, “어, 음”을 연발하며 더듬었다. 국가부채에 대한 트럼프 질문에 “메디케어(의료보험)를 이겼다”고 동문서답했다. 트럼프는 놓치지 않고 “방금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바이든이 메디케어를 망가뜨렸다”고 받아쳤다.   토론 직후 실시한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잘했다는 응답은 67%로, 바이든(33%)을 ‘더블 스코어’로 따돌렸다. 4년 전인 2020년 9월 첫 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잘했다는 응답이 60%였고, 트럼프가 28%였던 것과 정반대 결과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선 후보 교체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주먹 쥔 트럼프 사진   쐐기를 박은 건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이다. 토머스 매슈 크룩스(20)는 지난 13일 오후 6시 12분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의 한 공장 건물 옥상에서 AR-15 소총 방아쇠를 당겼다. 120m 떨어진 곳에서 유세하던 트럼프를 향해 탄환이 날아갔다.   트럼프가 잠시 고개를 돌리는 찰나, 총알은 그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트럼프 지지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지만, 트럼프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경호원들이 자신을 감싸며 호송을 시도하는 중에도 트럼프는 청중을 향해 “싸우자”고 세 차례 외쳤다.   귀에 피가 나는 가운데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불끈 쥔 트럼프의 사진은 이후 지지자에게 영웅 이미지를 심어줬다. 공화당 일각에선 “선거는 사실상 끝났다”는 기류까지 번졌고,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하차론은 더욱 거세졌다. FOCUS 동문서답 tv토론 도널드 트럼프 사우디계 언론인 하마스 전쟁

2024-07-22

[종교와 트렌드] 하마스 전쟁과 아킬레우스의 분노

일리아드(Iliad)는 고대 그리스의 작가 호메로스가 지었다고 하는 그리스 최고 영웅 서사시이다. 10년에 걸친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격 중 마지막 해의 51일 동안 일어났던 사건을 노래한 것으로 그리스의 장군인 아킬레우스가 중심이 되어 원한과 복수에서 파생되는 인간의 비극을 다뤘다. 이 책의 주제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다. 책의 시작도 분노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연합군을 이끌던 탐욕스런 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자신의 여자 노예를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맹장 아킬레우스는 분노했다. 트로이 전쟁에서 호메로스가 냉정하고 명확하게 탐구한 것은 인간의 분노였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분노'라는 말을 작품의 첫 단어로 선택한 것이다. 조그만 분노의 불씨가 연속 반응으로 다른 분노를 낳고 점점 겁잡을 수 없는 복수혈전의 고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분노한 영웅이 전장에서 발을 빼자 승세가 트로이아 쪽으로 기울고 그리스 군대는 위기에 내몰린다. 무수한 동료 전사들이 죽어갔다. 그러던 중 자신을 대신해 전장에 뛰어든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적장 헥토르에게 죽고만다. 슬픔과 분노에 찬 아킬레우스의 복수혈전이 시작된다. 마침내 적장 헥토르를 죽이고 만다. 그의 화는 헥토르를 죽이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헥토르의 시신을 마차에 매달아 친구의 무덤 주위를 돌고 돌았다. 아들의 시신을 성벽 위에서 지켜보는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의 마음은 찢어졌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은 한밤중 적진을 뚫고 아킬레우스의 군막을 찾는다. 그리고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잡고 두 손에 입맞추며 시신 양도를 호소한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시오"라고 하자 아킬레우스의 분노의 마음이 풀어진다. 그리고 장사하도록 시신을 놓아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이와 같지 않나. 오랜 분쟁의 역사를 통해서 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책임이든 희미해지고 분노가 악순환 된다. 이번에 하마스가 무차별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해서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어갔다. 그 잔인성에 혀를 두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은 어떠한가. 하마스 공격의 몇 배, 수십 배로 갚아준다. 악이 악을, 분노가 분노를 낳는 순간이다.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도 나중에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세계는 전쟁 중이다. 그동안 평화가 지속하였던 세상은 끝난 것 같다. 세상은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더욱 극단적이다. 사람의 생각하는 지성이 없어지는 시대다. SNS나 유튜브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극단적인 이념들로 사람들이 충돌한다. 사랑과 평화가 없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은 기본 디폴트값이 악이라고 본다. 그나마 종교로 선해질까 말까하는 노력도 이제는 극단적인 종교주의로 세상이 병들어 가고 있다. 누가 분노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 누군가 예수님처럼 희생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종교충돌, 문명의 충돌, 이념의 충돌은 더 심해질 것이다. AI 가 우리를 더욱 길들일 것이다. 이 와중에 깨어서 주절이 주문 외우는 기도만이 아니라 세상을 읽고 희망과 길을 제시하는 종교가 필요할 때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아킬레우스 하마스 아들 아킬레우스 맹장 아킬레우스 하마스 전쟁

2023-11-27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교로 얽히고 설킨 땅…대립과 갈등의 연속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양측의 사상자만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주류 언론들은 최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 압박을 느낀 팔레스타인 강경파가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국제 정세에 따른 단순한 사건으로 해석될 수 없다. 이면에는 종교를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역사적으로 응축된 갈등이 있다.     분쟁의 뿌리는 깊고, 종교는 갈등의 핵심이다. 이번 논란을 종교의 시각을 통해 알아본다.     현대의 이스라엘은 단순하지 않다.   그들이 자리 잡고 있는 땅에는 종교와 종교, 전통과 세속, 역사와 현재가 공존한다. 이는 역설을 낳는다. 공존 속 극심한 갈등이다. 종교가 분열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땅이다.   얽히고 설킨 그 땅에서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는 이스라엘 영토 내에 존재한다. 일례로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의 경우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서안 지구 내에 있다. 그래서 특이한 땅이다. 이스라엘을 논할 때 팔레스타인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현재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사역중인 강태윤 선교사는 "이번 전쟁의 핵심은 땅의 문제이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생존의 문제"라며 "그런 땅을 영국과 프랑스 같은 강대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분할하고 책임지지 않은것이 지금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지난 201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복잡했던 양측의 관계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자치 지역을 내줬다. 서안지구(장벽길이 약 430마일)와 가자지구(장벽길이 약 62마일)다. 이번에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있는 무장 정파다. 가자 지구의 면적은 워싱턴DC와 비슷한 크기다. 서울시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이곳에 무려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명칭은 '자치구역'이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 안에 갇혀 살아간다. 사실상 '하늘만 뚫린 감옥'이다. 수백 마일에 달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장벽 검문소마다 중무장을 한 이스라엘 군인이 출입도 제재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려면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방문객도 철저한 검문검색을 거쳐야 출입이 가능할 정도다.   이스라엘은 분쟁 지역이다. 갈등이 억눌려 있는 땅이다.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유다.   이스라엘 전문가 이백호 목사(LA)는 "만약 중동 문제로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면 이스라엘 지역이 전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에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갈등이 첨예한 지역이라 그렇다.   장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분리선이다. 이는 지역적인 분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종교를 중심으로 정치, 역사, 가치 등이 대립한다. 관점의 차이는 무섭다. 팔레스타인에게는 '분리 장벽', 이스라엘에게는 '보호 장벽'이다.   콘크리트 장벽은 회색빛이다. 갈등의 냉기는 벽 색깔처럼 차갑다. 높이 8미터, 두께는 50센티미터다. 거대한 장벽 이면에는 그만큼 뿌리 깊은 갈등이 내재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 땅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터전이다. 그래서 지키고 싶어한다.     동시에 그 땅은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속에 이스라엘이 건국(1948년)된 지역이다. 건국 배경에도 종교가 스며있다. 성서의 기록을 근거로 '가나안 땅'의 실질적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시오니즘(Zionism.유대민족주의운동) 사상이 깔려있었다.   이러한 뿌리 깊은 갈등은 현대 사회로 거슬러 오면서 영토 분쟁, 자결권, 유대인 정착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더해지며 더욱 심화하고 있다.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들은 장벽 너머의 알아크사 사원을 갈망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단순히 장벽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 종교 때문이다.   성서 속 예수가 주로 활동했던 예루살렘은 현재 이스라엘 영토 내에 있다.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은 정체성 그 자체다. 민족 존립의 본질이다. 그런 예루살렘에서도 가장 중심부에는 '황금 사원'이 있다. 황금 사원과 함께 있는 것이 바로 알아크사 사원이다. 이 부분이 바로 역설의 공간이다.   우선 예루살렘이란 도시는 이스라엘 정부가 관할한다. 다만, 그 안에 황금 사원이 있는 지역만은 이스라엘 정부도 쉽게 건드릴 수 없다.   황금사원이 있는 그곳은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의 3대 성지로 꼽힌다. 무슬림은 이곳을 무하마드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로 믿고 있다. 반면, 유대인에게 이곳은 지성소(하나님이 임했던 장소)가 있던 곳이다. 구약 시대 때는 아브라함이 아들인 이삭을 여호와에게 바치려 했던 땅이다.     그 자리에 지금 이슬람의 황금 사원이 세워져 있다. 이스라엘의 영역 안에 있어도 유대인은 그곳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일반 관광객이 황금 사원에 들어가려면 전신 검색 등 공항 수준의 까다롭고도 철저한 검사를 거쳐야 한다. 행여 황금 사원내에서 종교적 문제라도 발생하면 전쟁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방문객에게는 개장 시간도 하루에 일정시간만 허용될 정도로 분위기도 삼엄하다. 무슬림만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할 뿐이다.     이 때문에 유대인들은 눈물을 흘린다. 눈 앞에 지성소가 있던 지역을 보면서도 그곳에 들어갈 수 없어서다. 그들이 슬피 우는 장소가 바로 황금사원 밖 아래쪽의 '통곡의 벽'이다. 검은색 복장을 입고 귀밑머리를 길게 꼬아 늘어뜨린 정통 유대인들이 몰려 매일 벽을 잡고 울며 기도를 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황금 사원 자리가 각기 품고 있는 종교적 의미를 소유하고 탈환하기 위한 이슬람과 유대교의 역사적 대립은 중동 정세의 최대 불안 요소다. 국제 사회도 타협점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갈등이 첨예한 자리다.   대립은 구약의 이스마엘과 이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거기에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제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오랜 갈등의 역사를 외부자적 관점에서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더 나아가 유대인과 무슬림의 갈등을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건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갈등의 근저에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종교가 깊숙하게 박혀 있다.   글ㆍ사진=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립 종교 팔레스타인 지역 이스라엘 정부 이스라엘 영토

2023-10-16

[이-하마스 전쟁 일주일째] '지하드·무슬림들의 이교도와 전쟁' 촉구에 남가주도 긴장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으로 LA, 오렌지 카운티 등 남가주 지역에 경계 태세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하마스의 전 수장이 세계 곳곳의 아랍인에게 ‘지하드(jihad)’를 촉구하면서 남가주 유대계 커뮤니티를 비롯한 각 기관에서는 테러 등을 우려, 순찰 및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지하드는 투쟁, 전쟁, 성전이라는 뜻으로 이슬람교의 신앙을 전파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이교도와 벌이는 투쟁을 말한다.   주말을 앞둔 13일 LA지역 유대교 회당, 남가주이슬람센터(ICSC) 등에는 무장 경비들이 서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또, 회당과 사원 주변으로 LA경찰국(LAPD) 경관들이 길가에 순찰 차량을 정차한 채 주변 동향을 살피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날 성명에서 “모든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전했다.   LAPD 블레이크 차우 부국장 역시 KTLA와 인터뷰에서 “일단 지금까지는 LA지역에 위협의 징후는 없다”며 “그러나 우리는 모두에게 경각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당국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게 된 것은 지난 11일 하마스 전 수장 칼레드 메샤알이 로이터에 성명이 담긴 음성 파일을 보내면서 비롯됐다.   메샤알은 이 성명에서 “우리는 금요일(13일)에 모두 광장과 거리로 향해야 한다. ‘지하드’를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이들은 지금 그것을 적용해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도 현재 진행 중인 파업도 잠시 중단했다. 노조측은 성명에서 “안전 문제를 고려해 LA를 비롯한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모든 피켓 시위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말이 되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김소연(37·LA) 씨는 “이런 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공장소에 가는 것도 두렵다”며 “특히 주말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닐 텐데 당국이 치안에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BS는 LA지역 유대인 학교들은 이미 무장 경비 기관들과 계약을 맺고 보안 태세를 강화했다고 12일 보도했다.   LA통합교육구(LAUSD)도 성명을 발표, “법집행기관과 계속 협력하고 있으며 모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법집행기관들은 공립 학교 주변에도 순찰 인력을 늘리는 등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쟁의 참상 등이 담긴 영상이 퍼지는가 하면 시위를 자극하는 사례가 늘자 풀러턴교육구는 12일 학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SNS 사용을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도 발송했다.   이미 지난 12일 UCLA, USC 등 남가주 지역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는 수백명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한편, 하마스의 전 수장이 지하드를 촉구한 가운데 13일 수백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 난투극이 벌어져 2명이 체포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이-하마스 전쟁 일주일째 남가주 이교도 남가주 지역 남가주 유대계 투쟁 전쟁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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